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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1.jpg

 

부교역자 시절, 절기 선물을 전해주라는 지령을 받고 서울의 대형교회들을 간 적이 있습니다. 경비초소부터 안내데스크, 그리고 교역자 사무실을 거쳐 집무실에 이르기까지 몇 단계를 거쳐서야 최후엔 비서실까지 갔었지만 결국 담임목회자는 만나지도 못했고 높은 분 한번 만나기도 더럽게 어렵다고 투덜대면서 선물만 대신 비서에게 전달하고 돌아왔었습니다. 너무 높아 만나기 힘든 분이 되다보니 그 교회 성도들 거의 대부분도 아마 예배당 대형 스크린이나 인터넷에서만 그를 볼 수 있을 것이 확실했습니다.

 

 

어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예배를 드리려는 순수한 동기보다는 한 분을 만나기 위해 따로 약속을 잡을 수가 없어서 참석했던 일입니다. 예배가 끝나고 재밌는 광경이 연출되었는데, 정재계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악수 한번 하려고 긴 줄을 서고 있는 것이었고 명함도 내밀 수 없는 나 같은 사람은 그 줄에 서 있기도 왠지 민망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대화는 커녕 짧은 눈빛 교환과 어색한 웃음을 뒤로하고 내 뒤의 장관인지, 회장인지 모를 사람을 위해 냉큼 비켜날 수 밖에 없었죠.

 

 

돌아오는 내내 차라리 그 시간에 하나님께 더 간절히 구하고 엎드렸으면 어땠을까라는 자괴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만나기도 어려운 유명한 인사나 수많은 팔로워가 따르는 사람들과 일면식이 있고 친분을 유지하는 것을 자랑스러워도 하고 그 어려운 걸 위해 대가도 선뜻 지불합니다. 내가 누구랑 친하고 또 그 사람이 날 잘 안다고 침을 튀겨가며 자랑하죠. 그 예배에 참석해서 얼굴 도장 한번 찍고,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는데에 심지어는 비행기를 타고, 어떤 이는 기차를 타고 새벽부터 와서 두어 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시기는 모르지만 언젠가 내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보험 심리일까요. 그런 사람이 힘써주면 지금 닥친 문제가 문제도 아닐 거라고 확신해서일까요.

 

 

나는 그날 이후 다시는 어떤 도움도 먼저 사람에게 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실제로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나의 삶과 마음에 공감하고 더불어 진지하게 나누지도 못하는 피상적인 도움들을 다시는 의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의 필요는 고사하고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시선을 지금 나의 어떠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절대 거두지 않으시는 분의 얼굴을 구하는 것이 마땅했기 때문입니다. 외려 가장 가까이에 계심에도 우리는 그분의 얼굴을 구하는 일에 한낱 유명한 목사나 인사들을 위해 들이는 관심과 수고의 반도 지불하지 않습니다. 내가 부르기만 하면 그분은 언제든지 당연히 내게 응답하셔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아무 준비도 없고 마음의 옷깃을 여미어 나아가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토요일 밤 자정까지 세상 속에서 내동댕이쳐 살다가도 그냥 일요일 오전 11, 긴 장의자에 앉아만 있으면 다 잘될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분이 나와 가장 가까이에 계십니다. 아버지를 만나는 데 아들은 줄을 설 필요가 없습니다. 비서나 안내데스크에서 기다리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내가 등을 돌리지 않는 한 아버지의 가슴은 언제나 내가 달려가 안길 수 있는 넉넉함이 있습니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눈물을 보이면 토닥여주시고, 웃으면 함께 기뻐하시며 나보다 더 오랫동안 나와 있고 싶어하십니다. 비행기를 타고 새벽부터 기차를 탈 필요도 없거니와 날 기다리게 하지도 않으시죠. 입술만 살짝 열어 미동도 없이 아무도 듣지 못할 기어들어가는 작은 소리라도 아버지..’라는 한 마디에 그분은 이미 내 마음을 열고 파도처럼 마구 밀려 들어오십니다.

 

 

인생의 눈은 어떤 보이는 도움과 힘을 갈구하며 머무르지만

사실 가장 가까이에 이미 계신 분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

상한 심령으로 나아가는 주일이 되기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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